소설에서 내게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은 Plausibility다. Plausibility가 없을 경우, 아무리 애를 써도 도무지 읽혀지지 않는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가 도대체 왜 그토록 유명한가, 읽어보려 애썼어도 몇쪽 나가지 못했던 것은 바로 이 Plausibility의 결여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나 <오즈의 마법사>는 재미있게 읽었다.)
Dan Brown의 <The Lost Symbol>에도, 국가안보에 관한 중요한 사건이라면서도 CIA의 Director인 사토는 초반에는 부하도 없이 혼자 움직인다든가, 바로 그 사토와 경찰관(Chief) 앤드슨이 비무장의 민간인인 벨아미에게 피습당한다든가, 랭든과 벨아미는 캐더린이 위기에 몰려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캐더린을 구할 생각부터 하지 않고 암호(상징) 풀이에만 몰두한다든가. 이 소설에서 악마 노릇을 하고 있는 Mal'akh는 헬리곱터가 일으킨 바람 때문에 깨진 유리에 찔려 죽는다든가, 피터 솔로몬은 팔목이 끊기는 것으로부터 줄곧 생명의 위협을 당하는 호된 시간을 보낸 다음인데도 로버트 랭든과 웃으면서 이야기한다든가, 이렇게 결코 Plausable하지 장면들이 적지 않다. 더구나 소설의 주 소재인 상징이라는 것도 잘,이 아니라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소설은 줄곧 숨가쁘게 읽힌다. 이 소설 앞에 읽은 <The Alchemist>에 견줘 분량 면에서 적어도 다섯 곱절은 될 듯한데, <The Alchemist>와 거의 비슷한 시간에 읽힌 것으로만 봐도 그렇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도무지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다.
Dan Brown 소설을 네 권을 읽었는데 <Digital Fortress>는 기억이 희미한데, <The Da Vinci Code>, <Angels&Demons>, 그리고 <The Lost Symbol>은 장면장면이 생생하다. 이 세 소설에는 하버드대학 성징학 교수인 Robert Rangdon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것 외에 몇가지 공통적 특징이 있다. 대개 24시간 안팍의 시간 안에서 사건이 거의 초단위로 숨가쁘게 진행된다. 주요한 역할을 하는 여자들이 틀림없이 등장한다.
Mal'akh(The Lost Symbol), Silas (The Da Vinci Code), Hassassin(Angels&Demons) 같은 악마들이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소름끼치는 상황을 연출한다 - 그런 것들이다.
Dan Brown의 소설을 읽으면서 거듭거듭 놀라는 것은 그의 확고한 소재 장악이다. 상징학(Symbology)이나 기독교 역사 등에 대한 그의 치밀한 지식, 놀랍다. 그토록 어려운 이야기를 사실은 이해도 하지 못한 채 읽어나가게 하는 그의 문장력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재미를 위해 소설을 읽는 거라면 그는 분명 찬양 받아 마땅한 위대한 장인이다. 엉뚱한 계산 하나를 해보았다. 그의 책은 <The Da Vinci Code>가 8천만부를 팔린 것을 비롯하여 전세계적으로 2억부쯤이 팔렸다고 한다. 그의 책 한 권을 읽는데 아마 아무리 빨리 읽는다 해도 40시간은 걸릴 듯하다. 그렇다면 책이 팔린 숫자만으로 계산해볼 경우에도 그는 세계인의 시간 80억 시간을 그의 기발한 상상력 하나만으로 잡아먹었다. 두루 놀랍다.
이 소설에서 한 가지 의문스러운 것은, Mal'akh가 죽은 뒤에도 이어지는 50쪽쯤이다. Mal'akh가 죽는 그 클라이칵스 다음에는 긴장이 풀리면서 잘 읽혀지지 않는다. 해결되지 않은 상징들의 해결을 위해 불가피할 것 같지만, 상징을 이애하지 못한 채로 사건 중심으로 읽어나가고나 있는 나 같은 독자에게는 그 부분이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여튼 이 소설 하나 덕분에 지난 며칠 나는 행복했다. Thanks, Mr, Brown!
그런데 의문이 있다. 사토의 풀네임은 이노우에 사토(Inoue Sato)인데 이노우에도, 사토도, 모두 일본의 성씨인데, 이노우에를 이름에도 쓰는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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