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 책
박현욱 - <동정없는 세상>
호미쟁이
2014. 3. 25. 22:35
10대의 성에 대한 이야기가 이토록 맑게 묘사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산뜻한 수채화 같다. 조금도 거슬리는 게 없다.
내가 우리 소설에 대해 느끼는 불만은 추상소설가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예술로서의 소설은 재미를 위해 읽는 것인데, 들입다 의미만 강조되다 보니 재미를 느낄 겨를이 없다. 우선 읽어내기가 쉽지 않으니 어찌 재미를 느낄 수 있으랴. 그런데 박현욱의 세 장편, <새는>, <아내가 결혼했다>, 그리고 <동정없는 세상>은 술술 읽힌다. 막히는 게 없다. 박현욱은 드문 구상소설가이며, 그중 으뜸이다. 굳이 바라는 게 있다믄 주제의 확장이다. <새는>와 <동정없는 세상>은 10대 이야기이고, 세 작품 모두 성을 주제삼고 있는 것도 그의 한계다. 그의 창작집인 <그 여자의 침대>가 의사추상 흉내를 내고 있는 것도 그의 한계가 될 듯하다. 난해한 추상소설가는 쌨으니까 구상 쪽에서 진가를 발휘해야 한다. 그의 다음 장편이 기대된다.